예쁘다

 


 


 

1.

어릴 적 우리집에는 휴가라는 게 없었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다.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자영업을 하시던 아빠때문인지...

휴가철 막히는 길과 붐비는 휴양지가 싫어서였는지...

경제적인 이유때문이었는지...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두어 차례 물놀이 하러 간 기억 빼고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이 될때까지 아

니 그 이후에도 가족끼리 <휴가>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다녀본 기억이 없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을 땐  부러울 게 없었다.

부러운게 없으니 불만도 없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2.

그 이유를 알았다. 내가 일곱살 되던 무렵 다니던 엄마는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고 이어서

가족 모두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도 일곱살 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거다.

엄마는 교회를 다니면서 삶에 많은 변화를 겪기 시작했는 데 그래서 여름마다 우리 가족은

기도원에 가거나  교회 수련회에 가족이 함께 혹은 따로 갔더랬다. 그랬다. 가족이 함께 여행한

기억이 없었던 이유는 그랬더라.

그건 분명히 오랜 시간을 함께 했는 데도 가슴에 남을 함께 했던 좋은, 즐거운 기억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늘 반복되는 일상 말고. 특별했던 어떤 장소, 어떤 시간, 기억들....가족들만의 추억.

   

 

3.

그곳에는 토끼와 닭, 강아지와 무화과나무, 밤나무와 오래된 한옥 방들이 있었다.

둘이 들어가면, 더해서 조그만 아이 하나까지 셋이 들어가면 딱 좋을  그야말로 코딱지 만한

5평짜리 사랑방에 머물고 싶어 몇번을 물어봤었다. 어른 셋은 좁을거라며 극구 말리셨던 주인

아저씨는 손님이 퇴실했다며 그 방을 보여 주셨다. 

'아....이정도면 충분한데... 이렇게 작은 방에서 오밀조밀 함께 자던 어릴 적 생각하며 자고 싶었는 데..' 

그 마음까지 아저씨 모르셨을테니..

 

4.

두사람은 투닥거리다가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전 웃어요-하면 금방 웃는 얼굴이 되었다.

영화에서 봤던 넓은 평원에 가득한 해라바기를 기대하며 찾았던 구와우 마을.

마을엔 태풍이 지나고 꽃들은 모두 쓰러져 누워버렸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제대로 서있으면 날이 좋았으면 얼마나 예뻤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날엔 얄밉게도 언제나 거의 대부분  날씨가 좋았다.   

무사히 도착하라는 듯.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듯.

모든 여행엔 아쉬움이 남는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그렇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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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대에서

하늘은 흐렸고 바닷물은 차가왔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바닷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바닷물이 따뜻하고 날이 무더웠다해도 바닷물 속에 들어가지는 않았을거다.

양들을 만났다.

상상했던 양들은 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데 우리가 만난 양들은 누더기를 걸친듯했다.

관광객들이 들고가는 사료 한줌에 흥분해서 메~하고 불러댔다.

불쌍했다. 자유롭게 풀 뜯으면서 살아야하는 데...

10 여 년전에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을 다시 찾았다.

그 막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강릉에서 속초까지 찾아갔는 데 맛집은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커졌다.

덩달아 맛도 달라졌다. 예전 그 맛을 고대하고 기대했던 아빠는 실망이 크셨다.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새우튀김을 사들고 다시 강릉으로...

막걸리 한잔을 기분 좋게 마시고 들어간 박물관에서 그만 취기에 갸우뚱, 갈지자로 걸어가다

관광객 일행을 놓치고

혼자 덩그러니 계단에 앉아  멍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가뿌게 숨을 몰아 쉬었다.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니겠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어떻게 되지 않는다구.'

 

그 잠시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독백이 오고 갔다.  절실했다.

절실하게 살고 싶어했다. 삶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겨우 막걸리 한잔에 취해서 그랬냐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막걸리는 한참 후에 취기가 올라온다는 게 생각났다.

달달하지만 뒷끝이 안좋다는 것도..

 

 

2014년 8월 강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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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산보다 바다가 더 좋다...

아니다.

여름에만 바다를 더 좋아하는 거구나.

 

많이 앓았던 시간.

마음이 힘들어서 였는지 몸이 힘들어서 였는지...

어쩌면 힘든 고비를 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었을텐데 준비 안된 나는 당황스러웠다.

처음이었으니까...

 

 

나는 악사가 되었고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2013년 여름,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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