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경포대에서

하늘은 흐렸고 바닷물은 차가왔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바닷 물 속에 몸을 담갔다.

바닷물이 따뜻하고 날이 무더웠다해도 바닷물 속에 들어가지는 않았을거다.

양들을 만났다.

상상했던 양들은 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데 우리가 만난 양들은 누더기를 걸친듯했다.

관광객들이 들고가는 사료 한줌에 흥분해서 메~하고 불러댔다.

불쌍했다. 자유롭게 풀 뜯으면서 살아야하는 데...

10 여 년전에 맛집으로 유명했던 곳을 다시 찾았다.

그 막국수의 맛을 잊지 못해 강릉에서 속초까지 찾아갔는 데 맛집은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커졌다.

덩달아 맛도 달라졌다. 예전 그 맛을 고대하고 기대했던 아빠는 실망이 크셨다.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새우튀김을 사들고 다시 강릉으로...

막걸리 한잔을 기분 좋게 마시고 들어간 박물관에서 그만 취기에 갸우뚱, 갈지자로 걸어가다

관광객 일행을 놓치고

혼자 덩그러니 계단에 앉아  멍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가뿌게 숨을 몰아 쉬었다.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니겠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어떻게 되지 않는다구.'

 

그 잠시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독백이 오고 갔다.  절실했다.

절실하게 살고 싶어했다. 삶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겨우 막걸리 한잔에 취해서 그랬냐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막걸리는 한참 후에 취기가 올라온다는 게 생각났다.

달달하지만 뒷끝이 안좋다는 것도..

 

 

2014년 8월 강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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