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발견

리네의하루 2014. 3. 11. 00:30

 

 

 

아주 오래 전 친구들과 함께 내 주량과 술버릇을 알아보기 위해, 알고 싶어서 푹 취해본적이 있다.

주량은 간단히 340mi짜리 캔 맥주 하나...사실 반캔 정도만 들어가도 취기가 올라온다.

술버릇은 말이 없어지는 것, 점점 조용해지면서 말 시키면 히죽 웃는 정도.

여튼 푹 취한 후의 반응은

심장이 벌렁거리고 코에서 훅훅- 김이 나오고 눈동자가 빙글 돌면서

어지럽고 귀에선 웅웅 소리가 들려오고...혼자 저멀리 4차원으로 빨려들어가는 몽롱한 기분이 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결국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아서 아무 역에 내려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사람들도 돌고, 귓속에서 울리는 바람 소리도, 머릿속도, 동공도 돌았다.

마치 지구가 격렬히 돌아가는 듯 했다. 

 

'이런거구나. 취한다는 거....'

  

이후로 늘 푹 취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 기분이 너무 싫었고 감당이 안되서였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맥주를 즐겨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마트 한켠에서 낯선 캔에게 마음을 휙 뺏겼다.

 

 '이게 맥주야? 맥주 캔이 참 심플하네. 코X콜라 같기도 하고...무슨 맛일까?마셔봐야지!'

 

세개를 덜렁 집어왔다.

뚜껑을 열어 맛을 보니 역시나 맥주는 내 취향이 아니올시다!

이걸 어떻게 없애나... 맛있게 먹어볼까.

레몬티와 섞어 레몬 맥주를 만들어버렸다.

 

오!!!!!!우!!!!!!!맛있ㄷㅏ!!!ㅎㅎ

꿀꺽 -원샷을 해버렸네!!!

 

반잔 마시고 예전처럼 숨이 가쁘고 훅훅 김이 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뭐, 집이니까 괜찮다. 쓰러지면 자면되지...

 

그런데 이 맥주 나름 유명한거네?

 

어떤 일에 대해선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오랫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하지만-

가끔 충동적이고 자주 즉흥적인 나는 그런 사람.

이런 즉흥적인 선택이 때로는 오랜 고민의 결과보다 나을 때가 있다는, 맥주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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