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계

리네의하루 2014. 2. 13. 23:27

"내가 처음에 시집왔을 적에 미역국에 마늘을 넣었지 모야.
그때가 내 생일이었는 데 시어머님이 오셨거든. 미역국 맛을 보더니...
왠 마늘을 넣었니?하시길래 미역국엔 마늘을 넣으면 안되는거구나-하고 알았지.
그래.맞아. 미역국엔 마늘을 넣지 않는 거야.
그러게 안넣으니 더 시원하더라. 처음 시집와서 할 줄 아는  요리가  있어야지..
그냥 전부 마늘 넣으면 되는 줄 알았다니까.우리 딸애들은 내가 이렇게 끓여주는 미역국을 제일 좋아해."


방안에서 두 사람의 얘기를 한참 들었다.
가끔 엄마는 엄마의 친구에게 타박을 듣는 것 같기도 하였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분이다.


점심 먹어야지.
아니야 아직 배 안불러.
그래도 1신데...
아구야, 괜찮다니까...이따 2시쯤에 먹자.

괜찮다는 엄마친구에게 어떻게든 푸짐한 점심을 차려주려는 엄마가 시계같았다.

엄마는 가족들에게도 시계다.
아침을 알리는 시계이고
점심을 알리는 시계이고
저녁과 밤을 알려주는 시계이다.

아침 먹어야지.
점심은 먹었니.
저녁 먹자.
밤엔 일찍 자야지...

엄마의 정확한 시계를 무척이나 귀찮아했던 나는 오늘 엄마와 엄마친구를 보면서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

 

 

-

엄마시계...문득 예전에 써 놓은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구나 싶다.

 

시계 같은 엄마의 다른 이야기-

엄마는 늘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서 씻으신다. 샤워기가 편할 텐데 물이 아까와서 세숫대야에 받아 쓰신단다.

어느 늦은 밤, 엄마가 쓰고난 세숫대야를 보니 때가 잔뜩 끼어있다.

'아,,,이런. 우리 엄마,,,정말 깔끔했는 데...예전엔 안그랬는데.....' 수세미로 삭삭  닦는다.

 

오면서 들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저희 어머니도 핸드폰에 뭐 입력하고 문자 보내고  그러는 거 잘 못하셔서 매번 물어보세요.

그래서 아예 제가 핸드폰 사용하는 법, 리모콘 사용하는 법 크게 적어서 코팅까지 해서 잘 보이는 데 붙여놨어요.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렸을 떄 우리 엄마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가르쳐주고 입혀주고 알려주고 그랬쟎아요.

이제 우리가 그렇게 해드려야죠.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도 그러는 데...

 

 

2014년 2월-엄마 시계는 아직 여전히 정확하다.

그래서 가끔은 시계를 좀 쉬게 해주고 싶은 데. 또 가끔은 시계가 고장나면...어쩌지? 한다.

엄마는 늘...짠하다.

 

 

 

 

 


 

'리네의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하철에서  (0) 2014.02.27
2월 어느 날  (0) 2014.02.19
2월2일-이런 날  (0) 2014.02.02
또다시 Happy New Year....  (0) 2014.01.31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0) 2014.01.27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