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는 계절...을 주절 주절 외우던 때가 있었다.
그때 청포도는 나의 로망이었다. 시가 좋기도 했고---
무엇보다 청포도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통 시(詩)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은 두어 번 꼽을 만큼 당시에는 비싼 한철 과일이었으니까.
어쩌다 먹어봤던 기억 속의 청포도는 기대만큼 달지 않은 떫은 맛이 었지만
여전히 청포도는 나의 로망이었다.
요즘엔 정말 마트에 가면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저 연두빛 상큼한 청포도를 보니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싶다.
게다가 마트의 저 칠레산 포도는 한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단다.
그만큼 약품처리가 되었다는 뜻일텐데...꺼림직하면서도 단맛에, 싼 맛에 포도를 산다.
이걸 칠레에서 직접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우리 토종 청포도는 어디가야 먹을 수 있나?이러면서...
더 오래 전에는 과일을 먹으려면 산지로 가야했단다.
딸기를 먹으려면 안양으로 배를 먹으려면 안성으로 가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에 비하면 정말 앉은 자리에서 각나라의 각종 과일들-비싸서 구경도 못했던, 아니 구경만 했던 걸
껌값으로 먹고 있으니 좋다고 해야하나.
이러다 정작 우리 농산물이 전부 실종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해본다.
어쨋든 육사님의 시에서 처럼 청포도가 익는 계절이 5월인지 7월인지 구분하는게 점점 애매해지는 세상이다.
그래도 빛깔은 참 곱다. 멀리서 오느라 힘들었을 덴데...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가슴을 열고
흰돗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포도를 따 먹으면
두손은 흠뻑 적셔도 좋은련,
아이야 우리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오랜만에 이육사의 <청포도>를 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