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접기로 한다 -박영희


어떤이의 무슨 사연인가 싶어 귀를 기울이게 했던 시 한편.
누구나 날개를 펴고 날기를 원하지만
한번 쯤 날개를 접고 가야할때가 있는 것처럼 살면서 '접어야'하는 떄가 얼마나 많은지-
삶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시라는 설명을 들으며 그만 목이 꽉 매여오더라.

두눈을 꽉 감아버렸다.
산다는 건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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